카오스 멍키의 기능과 이름을 이해하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된다. 구글에서부터 페이스북까지 모든 인터넷기업의 동력을 대는 서버가 줄지어 늘어선 데이터센터에서 원숭이가 난동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원숭이가 케이블을 뽑고, 서버를 부수고, 완전히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카오스 멍키라는 소프트웨어는 가상공간에서 그런 짓을 한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킨다. 도전과제는 페이스북 메시지, 구글의 지메일, 스타트업의 블로그 같은 내가 제공하는 특정 서비스가 원숭이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좀 더 상징적인 차원에서 IT계의 창업자는 사회의 카오스 멍키와 같다. 그들은 기존의 택시, 호텔, 데이트의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우버, 에어비앤비, 틴더로 대체해버렸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어느 창업자가 대담하게 서둘러 출시한 소프트웨어 때문에 수많은 업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런 카오스 멍키를 가둬두는 동물원인데, 그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나기만 한다. 벤처캐피털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에 이들을 먹일 바나나는 넉넉히 있다. 사회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는 카오스 멍키와 닮은 이 창업자들 속에서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무엇인가이다.
필력이 참 뛰어나구나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관심 분야가 소재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자서전에 가까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내가 지금 소설을 읽는 건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래서야 그 사람들이랑 다시 얼굴 볼 수 있는 건가 싶습니다.
읽다보니 왠지 모르게 저자처럼 일에 모든 것을 바쳐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집니다. Y Combinator에서, 애드그로크에서, 투자를 유치할 때나 매각을 위해 좌충우돌할 때, 그리고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적에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필요 이상으로 도덕적이지도 비열하지도 않습니다.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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