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by box-jeon 2018. 4. 23. 23:35

본문


동료들과 똑똑회(독서하라고 독촉하는...)를 처음 구성할 때 제 위시 리스트에서 선택된 책이었는데, 정작 책 주인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며 읽기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책이 가볍고 글 테두리 여백마저 좁은 것이 너무나 제 취향이었던 것... 내용도 좋았습니다. 평상시에 아무 생각없이 써왔던 많은 표현들이 그렇게나 이상했다니. 저자가 교정해둔 예제를 보며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론과 소설을 오가는 구성도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이론 부분은 정기적인 복습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 제안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그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쓰면 검토의 주체가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아예 '검토'를 주어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게 이른바 '쿨한' 문장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그저 객관적인 사실을 전할 뿐이라는 태도.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니 문장을 통해서 '쿨해질' 수 있는 건 글쓴이가 아니라 주어와 술어일 뿐이다.


얼마 전에 인사 평가를 작성하면서 제가 공무원 스타일의 딱딱한 글을 참 잘 지어낸다는 농담을 동료에게 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읽고서 공무원 스타일의 글이란 게 이런 것이었나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너무 당연해서 원칙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원칙. 그건 누구나 문장을 쓸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써 나간다는 것이다.

...

그러니 한글 문장은 순서대로 펼쳐 내면서, 앞에 적은 것들이 과거사가 되어 이미 잊히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장 요소들 사이의 거리가 일정해야 한다.

계속 걸어간 나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나는 계속 걸어서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곳도 있을텐데요' 같은 시시한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교정된 문장을 보고 또 무릎을 탁.


인용을 제외하면 몇 문장 되지도 않는 글인데 벌써 몇 번을 고쳐썼습니다. 이 책을 읽고도 제 문장들은 발전이 없으니 참으로 TDD 같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읽을 땐 좋고 의욕도 생기면서 희망이 차오르는데, 정작 실무에 적용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


그나저나 함인주 작가가 실제 인물인지 저만 검색해본 건 아니겠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오스 멍키  (0) 2019.07.03
왜 일하는가  (0) 2019.01.26
청년창업, 8권의 책으로 시작하다  (0) 2019.01.19
회색인간  (0) 2018.07.17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0) 2018.05.28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