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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by box-jeon 2020. 3. 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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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야꼬의 1965년작. 빙점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6328

 

빙점

1964년 아시히 신문 창간 85주년 현상 모집에 응모된 730편 중 당선된 작품으로원죄와용서를 주제로 하여 일상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괴로움에 시달리며 치유하기 어려운 영혼의 아픔을 작가의 특유한 섬세함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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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만에 별 사유 없는 휴가를 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오랫만에 비개발서적을 하나 읽어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알라딘 보관함에 갈무리 해둔 책이 한가득이었지만, 그 중에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에서 즉시 대출이 가능한 책 중 하나를 골랐죠. 아마 다른 책을 읽다가 인용된 부분이 흥미로워서 보관함에 담았을 것 같은데, 너무 오래 전이라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일단 이북에 오타가 어마어마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닌 것이 아무래도 책을 사진으로 찍은 뒤 text recognition을 돌린 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비열한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댓가를 온통 어린 아이가 치르는구나. 무라이는 더러운 강간범인데 피해자와 결혼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소리가 해법인양 오가는 걸 보고 아니 씨발 지금 이게 배경이 몇 년도지? 깜짝 놀라고. 등장인물들간의 오해나 속내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풀어헤쳐지니 전후사정을 다 알고 있는 독자만 속이 터져나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의 그 패턴 같기도 합니다. 다 읽고 나니 요우코에 대한 측은함만 남을 뿐 시비걸고 싶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에요. 너무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탓인지 자꾸만 '이 장면이 왜 필요했지',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해'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켠으로는 그냥 이걸 읽는 동안 들쭉날쭉해지는 이 감정 자체가 이 소설의 목적인가 싶기도 합니다. 

 

다 읽고 나서 다른 이들의 서평을 조금 검색해봤는데, '인간의 원죄'가 이 소설의 주제라고 되어있습니다. 자신이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내 몸에 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건데, 이걸 지금 소설 속에서 종교적인 의미로 풀어낸 건지 비판하고 있는 건지 저는 오히려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이 결말. 자살을 시도했던 요우코가 다시 회복을 하게 된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약간 먹먹한 기분도 듭니다. 다들 용서를 빌겠죠. 요오꼬가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했다면 애초에 그런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용서받고 싶은 사람만 있고 용서할 사람은 없는데. 용서받고 싶은 사람들은 용서해줄 것 같은 사람을 찾아가 왜 용서해주지 않나며 걸신처럼 물어뜯겠죠? 당황스럽게도 속편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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